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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정은의 ‘총알받이’ 군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전쟁이 3년째 이어지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러시아군의 인명 피해가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소식이 나왔다. 러시아는 병력 손실을 줄이고 북한은 핵무기 개발 등에 필요한 군사 기술 확보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푸틴과 김정은의 ‘주고받기(Give and Take)’식 밀약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쉽게 말해 김정은은 북한의 젊은 목숨을 ‘총알받이’로 팔아 외화벌이를 하려는 것이다. 이런 속셈이지만 조금이라도 비난을 피해가려는 듯 용병이라는 말 대신 ‘러시아·북한 동맹 관계’를 강조하고 있다.     북한군의 개입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은 더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가 우려하는 전쟁 확대의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유럽의 국지전이 잘못하면 확전 양상으로 번질지 모른다는 얘기도 나온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격전지인 쿠르스크주에는 이미 북한군 약 1만여 명이 집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정보총국은 최근 쿠르스크에 모인 북한군이 실제 전투가 벌어지는 최전방 지역으로 이동하는 정황도 포착됐다며, 러시아군이 북한군 병사들을 트럭에 태워 최전선으로 수송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군이 러시아의 용병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리에게 또 다른 양상이 됐다. 지난주 윤석열 대통령은 방한한 폴란드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군의 활동 여하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한국의 ‘살상 무기’를 지원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는 이제까지 인도적, 또는 비전투용 물자 지원에 머물렀던 데서 크게 변화된 것이라 여겨진다. 만약 한국이 우크라이나군에 살상 무기를 지원한다면 남북의 코리안이 이역만리 유럽 땅에서 군사적으로 대치하는 모양새가 될 것이다.      북한군의 파병은 두 가지 목적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참전을 통해 직접적인 전투 경험을 얻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병사들의 목숨값으로 러시아로부터 첨단 군사기술 등을 넘겨받는 것이다. 이에 미국은 북한군이 참전하게 될 경우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경고를 계속하고 있다. 로이드 미 국방부 장관은 북한 병사들이 전장에 나설 경우 합법적인 공격 대상이 될 것이며, 우크라이나군이 미국이 제공한 무기를 북한군에 사용하는 것에도 별도 제한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드론전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의 귀순을 유도하기 위해 전선에서 드론으로 안전 보장과 행동 요령을 적은 전단을 뿌리고 있다. 이런 전단은 6·25 한국전쟁 때 미군과 한국군이 사용한  ‘안전 보장 증명서’와 유사하다. 춥고 배고픈 황량한 야전 지역에서 ‘따뜻한 이밥에 고깃국 먹으러 오라’ ‘ 당신의 목숨값은 김정은 주머니에’ ‘누구를 위한 꼭두각시인가’등등 북한군을 향한 선무공작이 절실히 필요한 대목이다.     국내 탈북민 3만4000여 명 중에는 북한군 출신도 적지 않다. 그들은 왜 전쟁터에 왔는지도 모를 북한 청년들의 마음을 가장 잘 알 것이다. 탈북자 중심의 심리전을 통해 북한군의 귀순을 권고해 죽음의 현장에서 아까운 젊은이들을 구조하는 방법은 어떨까 싶다.     ‘우리 민족끼리’를 강조하는 좌파·친북 세력은 생명 가치가 최우선이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 민족인 북한 청년을 살릴 수 있는 우크라이나 심리전 지원을 거론하면 “한반도 전쟁 획책”이라고 흥분한다. 그러면서 김정은이 파병한 ‘총알받이’의 생명 가치엔 왜 말이 없는가. 어디 말 좀 해 보시라! 이재학 / 6·25참전유공자회 회장기고 김정은 총알받이 우크라이나 전쟁 우크라이나 정보총국 러시아 전쟁

2024-11-11

[중국읽기] 북한 파병에 중국은?

북한 파병에 대한 중국의 속내는 뭔가? 반기는 건지 아니면 걱정이 태산인지 감을 잡기 어렵다. 두 가지 해석이 나온다. 먼저 중국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베이징이 모스크바에 직접 군사원조를 해야 하는 부담을 더는 이점이 있다는 거다. 또 미국에 일정한 압력을 가하는 효과도 있다. 그러나 득보다는 실이 크다는 분석이 더 많다. 북·러 관계가 끈끈해지며 북한에 대한 중국의 독보적 영향력이 타격을 받게 된다.   앞으로 한반도 유사시 중국은 러시아의 자동 개입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또 북한의 참전은 한·미·일 안보 협력을 촉진한다. 아시아판 나토 탄생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게다가 그동안 우크라이나 전쟁의 중재자를 자처해온 중국의 평화추구 이미지가 사라질 운명이다. 그래서인지 스인훙 중국 인민대 교수는 “중국이 상당히 불안해하며 분노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북한 파병에 대한 중국의 속내는 크게 두 개의 공식 발언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하나는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각 당사자가 긴장 완화와 정치적 해결을 위해 힘써야 한다” “북·러 발전은 그들 자신의 일”이라는 발언이다.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촉구하지만 무력감이 엿보인다. 우리가 보다 주목할 건 지난달 23일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말이다.   시 주석은 “전쟁터가 밖으로 번지지 않도록 하고, 전쟁이 격화되도록 하지 않으며, 모든 당사자가 불에 기름을 붓지 않는다는 3원칙을 견지해 상황을 조속히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의 말은 짧지만 의미심장하다. 먼저 전쟁터가 밖으로 번지지 않아야 한다고 주문한다. 한반도를 염두에 둔 발언이 아닐까 싶다. 북한 파병으로 우리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서게 됐다.   이게 자칫 한반도로 불똥이 튀어서는 안 된다는 경고로 보인다. 전쟁 격화에 반대한다는 말은 확전, 즉 북한 파병에 대한 분명한 반대 의사 표시다. 끝으로 모든 당사자가 불에 기름을 붓지 말라는 건 한국을 포함한 서방이 더욱 강경하게 나서며 사태를 키우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읽힌다. 중국은 늘 이렇다. 더 이상의 상황 악화를 막으려 말을 할 뿐 북한 파병 등 이미 저질러진 잘못엔 응징의 행동이 없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건 때도 그랬다. 그러니 “중국은 마비와 무능 사이에 갇혔다”는 조롱을 듣게 된다. 중국은 이제 말이 아니라 행동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대국이라 할 수 있지 않겠나. 유상철 / 중국연구소장·차이나랩 대표중국읽기 북한 중국 우크라이나 전쟁 전쟁 격화 한반도 유사시

2024-11-04

우크라이나 전쟁 향방이 워싱턴 지역경제 좌우한다

      양당 대선 후보의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공약이 워싱턴 지역 경제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가장 직접적으로 군부대 재배치 계획이 엇갈리는 지점이 많다.   버지니아의 노폭과 햄튼 로드 지역은 전세계에서 가장 큰 해군 기지가 위치해 있으며, 이 지역 경제는 전적으로 해군 관련 예산에 의존하고 있다. 새로운 대통령이 어떤 정책을 펴느냐에 따라 지역경제가 커다른 부침을 겪을 수 있는 것이다.     양당 후보는 국방비 지출을 더욱 늘리겠다는 입장이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다. 민주당 지도부 내에서도 워싱턴 지역에 널리 분포한 대규모 부대를 이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중부 대서양 연안을 따라 형성된 군부대 벨트가 와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은 여전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내에서 미국이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노폭 등의 해군기지 중요성을 강조했다.  노폭과 햄튼로드 해군 기지는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의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NATO와 거리를 두고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공약으로 제시한 만큼, 중부 대서양 지역 해군기지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매우 친하다”면서 “취임 후 24시간 내에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협상해 전쟁과 위기를 종식시키겠다”고 단언했다.   두 후보의 대중국 정책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완강한데, 결국 유럽에 편중된 미군 역량을 중국을 겨냥한 태평양 전력 강화로 선회해, 중부 대서양 해군력 약화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트럼프 전 대통령 대선캠프의 제프 라이어 대변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군부대 재정비 및 미사일 방어 시스템의 일대 개혁을 추진하기 때문에, 워싱턴 지역 수혜 폭이 늘어날 것”이라고 반박했다.     에너지 정책은 마치 양당 후보가 마치 물과 불처럼 다른 면면을 보이고 있어 이 또한 상당한 영향이 예상된다.   한편 현재 6개 경합주 중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위스콘신과 미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애리조나에서 앞서고 있으며 조지아, 네바다 펜실베이니아는 엎치락 뒤치락하고 있다.   버지니아는 2004년 이후 대선에서 공화당이 승리한 적이 없다.   김옥채 기자 kimokchae04@gmail.com우크라이나 지역경제 우크라이나 전쟁 워싱턴 지역 대통령 대선캠프

2024-10-09

[열린 광장] 무엇을 위하여 싸우고 있는가

세상이 발전할수록 인간관계는 왜 극과 극으로 달리는 것일까.  문명의 발달이 오히려 삶을 힘들게 한다는 뜻인가. 세상은 싸움 투성이다. 싸움이란 말이나 힘으로 이기려고 상대방과 다투는 것이다. 옳고 그름을 가려 인류의 평화를 위해 싸우면 얼마나 좋을까.   문제가 생기면  여러 사람이 의견을 내 서로 정당함을 논하고 올바른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이런 기준을 무시하고 무조건 본인이나 자기편 주장이 옳다며 상대방을 이기려고 하는 데서 문제가 발생한다.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이런 상황이 되면  상식은 찾아볼 수가 없다. 상대편을 제압하기 위해 투쟁도 벌인다. 이런 모습은 단체나 정치권, 심지어 교계에서도 나타난다. 각자 자기주장만 옳다고 싸움을 벌이는 것이다.   선천적으로 말 잘하고 투쟁적인 사람이 있다. 나는 초등학교 시절 웅변을 잘하는 학생을 보면 참으로 부러웠다. 내가 억울한 일을 당했을때  말 잘하고 투쟁력이 있는 믿음직한 친구가   도와주면  마음이 후련했고 기분이 좋았다. 그런 친구들이 멋지게 보였다.      군인은 국방을 튼튼히 해 국가와 국민을 지킬 의무가 있고, 정치인에게는 국민이 잘살 수 있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요즘 한국 정치권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 특히 집권 보수 세력의 내부 혼란이 심각해 보인다. 이런 상황에 대해 모 신문에는 “국가의 침몰 위기에도 보수 우파 장치인들은 싸움도 할 줄 모르고, 투쟁력도 없고, 쓸개도 자존심도 없고 오로지 보신주의 계산만 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칼럼까지 게재됐다. 칼럼은 이런 상황을 “비겁하고 천박한 이기적 욕망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치인들이 정의를 위해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국익을 위하려는 열정과 끈기없이 남의 집 싸움 구경하듯  보고만 있어야 되겠냐는 질타다. 집권 여당은 과연 여당의 역할을 하는지 그럴만한 능력이 되는지 의구심을 버릴 수 없다는 지적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언제 어디서 또 전쟁이 일어날지 모른다.     그런가 하면 세계는 잇단 천재지변과 전염병 등과 싸우느라 몸살을 앓고 있다. 사회에 만연된 불법과도 싸워야 한다. 세상은 온통 싸움판이고 전쟁터다.     인류의 평화를 위해 늘 싸울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러나 목표가 어디고 목적이 무엇인지 알고 싸워야 한다. 군대는 주적이 분명해야 작전계획을 세워 승리할 수 있듯이 정치는 국민을 위한 올바른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인간이 좋은 세상을 만들기엔  역부족인가. 왜 무의미한 싸움을 끝없이 하는 것인가. 탐욕을 싹 버리고, 국민의 삶을 위해 말싸움도 하고 성난 곰과 같은 투쟁력을 보여주는 것은 어떨까. 저 푸르고 높은 하늘 바라보며 마음의 문을 열고 서로 사랑하며 잘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백인호 / 송강문화선양회 미주회장열린 광장 집권 여당 집권 보수 우크라이나 전쟁

2024-06-04

“역사는 재현되는 것 아니라 재해석 되는 것”

    한미양국의 개신교 지도자들과 함께 워싱턴DC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촉구를 위한 대규모 행사를 마친 서울 사랑의 교회 오정현 목사가, 5일 한인커뮤니티센터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어 행사 의의와 결과 및 향후 방향 등을 밝혔다.     오정현 목사는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500만 명의 난민이 발생한 우크라이나는 한국과 역사적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70년 전 겪은 한국전쟁으로 3년 간 수많은 전쟁 고아와 난민이 발생했을 때 한반도 전역에 하나님 나라가 임하기를 소망하는 기도가 드려졌다”며 “교회가 국가를 위해 기도하며 자유 민주주의 가치를 한국사회에 심어 한강의 기적을 이룬 원동력이 되었다”고 말했다.     오 목사는 ‘역사란 재현되는 것이 아니라 재해석되는 것’이라는 데이빗 맥클라우 교수의 말을 인용해 “지나온 한국역사를 하나님 은혜라는 시각으로 재해석하는 동시에 우크라이나를 바라보는 새로운 영적인 시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 목사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유업에서 일어난 가장 큰 이번 전쟁에 한국전쟁을 겪은 바 있는 우리는 우크라이나 현실에 공감을 넘어 아픔을 공유한다”며 ”온 한국교회와 이민교회가 함께 기도해 줄 것”을 부탁했다.     이번 행사에서 한미 단체들의 가교역할을 담당했던 류응렬 목사(와싱톤중앙장로교회 담임목사)는 ”우크라이나에서 온 각계 지도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아픔의 역사를 겪은 민족으로서의 동질의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감회를 밝히며 “우크라이나가 이 고난과 위기를 극복하고 제 2의 한국의 모습을 회복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워싱턴 지역 한인교회와 동포사회에 우크라이나를 향한 관심을 호소하며 평화가 임하기를 기도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사랑의교회는 GFI를 통해 기증받은 의약품 100만 달러 및 치과 관련 의료기기 후원물품 확보 등 의료, 교육 지원 사업을 비롯, 교회 개척 사업과 우크라이나 재건 사역을 위한 계획을 진행중이다. 김윤미 기자 kimyoonmi09@gmail.com재해석 역사 역사적 공통점 우크라이나 전쟁 우크라이나 재건

2024-02-06

“러, 우크라이나 개신교 파괴” 전쟁 종식 촉구

    한미양국의 개신교 지도자들이 워싱턴DC에 모여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촉구하는 대규모 행사를 개최했다.     미국-우크라이나 파트너쉽이 주최하고 우크라이나-아메리카 하우스, 포워드 우크라이나 미니스트리 등 모두 8개의 미국, 우크라 단체가 후원한 ‘우크라이나 주간(Ukrainian Week) 행사에서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규탄하고 한미양국이 기독교적 가치관을 가지고 기도하며 대화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1일 오전 7시30분 워싱턴DC 성경박물관에서 열린 조찬기도회 행사에서는 한국 사랑의 교회 오정현 담임목사가 메인 설교자로 나섰다.  오 목사는 “한국교회가 고통 받는 우크라이나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면서 “상처 입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마음이 하나님의 한량없는 사랑으로 치료될 수 있도록 함께 마음을 모으자”고 강조했다.     오 목사는 “우크라이나를 포함해 제국주의 폭압에 신음하는 전세계 사람들이 민주공화주의 자유와 평화를 누릴 수 있도록 우리가 합심해 기도해야 한다”면서 “결국 신의 도움을 받아 우리가 승리하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교회가 우크라이나 난민의 슬픔을 위로하고 지원과 복구가 활발히 이뤄지도록 협력할 계획”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 행사에서 한국과 미국 단체 간 가교역할을 담당했던 류응렬 목사(와싱톤중앙장로교회 담임목사)는 “한국에서 교계 및 정치 지도자가 워싱턴을 방문해 미국과 우크라이나 지도자와 함께 교제를 나누며, 하루 속히 우크라이나에 새로운 역사가 일어나고 평화가 임하기를 기도하는 의미깊은 행사였다”고 밝혔다. 와싱톤중앙장로교회는 오는 5일(월)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행사의 의의와 결과에 대해 보고하고 향후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국제연합(UN)에 따르면 러시아는 전쟁 발발 이후 지금까지 500개 이상의 우크라 교회와 종교시설을 파괴했다. 특히 파괴된 종교시설 중 ⅓ 이상은 복음주의 개신교 교회였다.   우크라이나 타브리스키 기독교 연구소의 발렌틴 시니야 소장은 “러시아는 우크라 복음주의 개신교 교회를 ‘미국의 스파이’ 혹은 ‘분열주의 집단’으로 매도하며 우리 교회들을 끊임없이 파괴하고 있다”면서 “교회 시설을 약탈한 후 파괴하는 짐승같은 짓을 서슴지 않는다”고 규탄했다.     행사 참석자들은 러시아를 향해 개신교 시설 파괴 행위와 신자 살육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일부 우크라 교계 관계자들은 러시아가 러시아정교회(ROC)와 형제관계인 우크라이나정교회(UOC) 소속 교회보다는 복음주의 개신교 교회에 대해 적대감을 드러낸다고 밝혔다.     이날 기도회에는 선교적 예배를 세워가는 딥 앤 와이드 재단(대표 성보영 목사)이 찬양 인도를 했으며 와싱톤중앙장로교회 찬양팀이 특송하고, 우크라이나 찬양팀 공연이 이어졌다.   우크라이나 주간 행사는 지난달 29일(월) 시작해 3일(토)까지 이어진다.     지난 30일 워싱턴 힐튼 호텔에서 제 1차 종교자유 국제정상회의, 비영리 씽크탱크 헤리티지 재단 전문가 좌담, 우크라이나 국회의원 등 대표단간담회를 가졌다.  31일 제 2차 종교자유 국제정상회의, 베크코브나 라다 우크라이나 국회의원 간담회, 한국-미국-우크라이나 교회 지도자 환영회, 1일 성경박물관 조찬기도회,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전시회, 미국-우크라이나 군종목사 포럼, 전쟁 복구를 위한 우크라이나-미국 투자포럼, 환영만찬 등이 열렸으며, 2일 각국 정치인 환영 오찬, 우크라이나 지원 기획 전시회, 인도주의적 지원을 위한 파트너십 포럼, 성경박물관 투어,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갈라 콘서트, 3일 인도주의 포럼 등을 앞두고 있다.  김윤미 기자 kimyoonmi09@gmail.com우크라이나 개신교 우크라이나 전쟁 우크라이나 지도자 우크라이나 주간

2024-02-02

[FOCUS] 트럼프 재집권하고 푸틴 사라진다면…

지난 2023년 세계적으로 많은 사건이 있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터졌고 기후변화로 세계 각지에서 자연재해가 발생했다. 영국에서는 약 70년 만에 왕권 양위가 이뤄졌으며 미국에서는 역대 2위 규모의 실리콘밸리뱅크가 예금인출 사태로 파산했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2024년을 맞아 각계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세계를 바꿀 올해의 이벤트’라는 제목으로 5가지 사건을 보도했다. 발생 가능성이 100%는 아니지만, 개연성이 충분하고 실제상황이 됐을 경우 세계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건들이다. 뉴스위크가 보도한 5가지 사건을 정리한다.     ▶핵무기 위험     전문가들은 가까운 미래에 핵전쟁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러시아 안보문제 전문가 마크 갈레오티는 올해 핵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은 없다고 진단한다. 반면 외교분석가이면서 언론인인 니콜라 미코비치는 러시아가 전략핵을 사용하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국가들에 대해 핵 사용을 위협하고 있지만, 실제 행동에 옮길 가능성은 작다. 다만 푸틴이 전쟁에서 수세에 몰려 정치적 입지까지 위태로워질 경우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는 있다. 전문가들은 이 경우에도 정치적 생명을 끝낼 수도 있는 핵무기 동원에는 신중을 기할 것이라고 말한다.     ▶푸틴의 죽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푸틴 대통령의 건강 이상설은 언론에 자주 등장했다. 71세인 그는 최근 5선 대통령직에 도전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암, 파킨슨병, 치매 등을 앓고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는다. 크렘린궁이 부인했지만 지난해 10월 푸틴이 심정지를 겪었다는 보도도 있었다.   마크 갈레오티는 “푸틴 대통령이 올해 사망할 가능성은 없지만 유고 시 그가 23년간 통치해온 시스템을 이어갈 후계 정치인이 아직 없고, 푸틴을 대신해 권력 유지에 나설 인물도 부재한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세르비아 출신 외교정책 분석가 니콜라 미코비치는 “푸틴의 유고가 러시아 사회에 큰 총격이 되겠지만, 그를 대체할 인물을 찾는 데는 그렇게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현재 진행 중인 전쟁으로 인해 후계자는 서방과 화해하려는 인물이 아닌 군사력을 지지하는 인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의 재집권     현재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4년 대선 공화당 후보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조 바이든 대통령과 재격돌한다. 하지만 아직도 대선까지 난관은 남아 있다. 트럼프는 여러 건의 형사소송에 연루돼,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사법적 리스크를 안고 있다. 콜로라도주 대법원이 주의 선거 투표용지에서 트럼프의 이름을 올리지 않겠다고 한 것이 좋은 예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의 정치학 교수인 줄리 노먼은 당연한 이야기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은 전 세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가 첫 임기 때보다 민주주의 규범과 제도를 훨씬 더 훼손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미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의 미국 이미지에 해를 끼치고, 전 세계 민주주의 미래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가 승리할 경우 미국 내 이념적인 양극화는 심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치적 양극화는 퓨리서치센터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난다. 퓨리서치센터가 지난해 7월 10일부터 16일까지 성인 84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미국인들은 이전보다 더 정치가 양극화된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65%는 정치에 피로감을 느끼고 55%는 정치에 분노를 표시했다. 응답자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부정적 단어는 ‘분열’이었다.     노먼은 외교정책 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는 우크라이나, 중국, 중동 지역에 대한 현재의 외교정책을 대폭 수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문제로는 석유 시추의 본격적인 재개와 대규모 이민자 추방정책의 실시 가능성이 높다.   ▶챗GPT   사이버세이프 창립자이며 인공지능(AI)과 보안 전문가인 오즈 알라슈는 이미 챗GPT나 인공지능은 대세가 됐으며 올해에는 급속한 확산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과학기술의 개발과 혁신에는 한계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이 긍정적으로만 활용될 수는 없다. 부정적인 면에서의 사용도 있게 마련이다. AI는 이미 허위정보 생성, 사기, 표절 등에 악용되고 있다.   특히 사이버 보안 환경에서 범죄자들이 이 기술을 사용해 범죄에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사이버 보안회사들이 대비책을 세우고 있지만, 범죄자들의 기술이 대비 수준을 넘어설 수도 있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간의 직업도 위협받고 있는데 이에 대한  논란이 많다. 알라슈 교수는 인공 지능을 매우 빠르게 사용하는 데 익숙한 사람들과 시간이 좀 걸리는 사람들 사이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또 “사람들이 인공지능 때문에 일자리를 잃지는 않을 것”이라며 “인공지능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은 인공지능을 이해하거나 인공지능을 편리하게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내주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기후변화   기후 변화의 영향은 널리 인식돼 있지만 언제 어떻게 재앙적인 사건으로 나타날 지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의 예를 볼 때 올해도 가뭄, 홍수, 산불, 강력한 폭풍 등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지난해 폭우로 인해 2개의 댐이 파열돼 리비아의 한 도시가 침수됐고 또한 극심한 가뭄으로 파나마 운하에 물이 부족해 해상운송에 차질을 빚었다.     UCL의 기후과학자 크리스 브라이얼리 교수는 “올해에 닥칠 것으로 예상하는 기후변화의 영향 중 일부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셀레스트 사울로 신임 세계기상기구(WMO) 사무총장도 “지난해 가장 더운 한 해를 보냈지만 올해는 엘니뇨 등의 영향이 겹쳐 더 ‘극단적인’ 기상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온실가스 효과로 지구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섭씨 1.4도 높아졌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은 인류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온난화의 주범인 화석연료를 줄이는 것이 관건이다. 글로벌 공조 없이는 대규모 자연재해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김완신 에디터FOCUS 푸틴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러시아 안보문제 우크라이나 전쟁

2024-01-07

[프리즘] 세 개의 전선에 선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외정책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시험대에 올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미국에겐 꽃놀이패였다. 중동 사태가 벌어지자 두 개의 전쟁 혹은 중국과 대결까지 세 개의 전쟁이 가능할까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또 이 과정에서 전쟁 수행에 필요한 국내 정치력과 외교능력까지 의심받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에게 러시아의 국력을 소진할 기회였다. 직접 참전 없이 지원만으로도 러시아의 경제와 군사력을 약화시킬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불어나는 군비 지원액을 줄여야 한다는 현실론이 공화당을 중심으로 제기됐지만 얻는 것이 더 많았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상황은 복잡해졌다. 전선은 두 개로 늘었고 미국인 희생자와 인질이 발생하면서 제한적으로라도 병력을 투입해 구출 작전을 벌여야 할지도 모른다. 당장 바이든 대통령이 의회에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600억 달러에 더해 이스라엘 지원 140억 달러를 요청하면서 전비 부담은 현실이 됐다.     간접 지원만으로도 두 개의 전쟁은 지금의 미국에겐 벅차다. 연방정부 재정적자가 2023회계연도에만 1조6950억 달러에 이른다. 금리 상승으로 이자 비용은 전년보다 23%나 늘어 연 1조 달러선으로 급증하며 국방 예산을 추월하고 있다. 코로나19 때 푼 돈을 본격적으로 회수하기도 전에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으로 다시 막대한 재정을 풀었고 은행의 도미노 파산을 막기 위해 또 돈을 풀었다. 결국 국채 발행을 급격히 늘려야 하지만 큰손인 중국은 미국 국채를 팔고 있고 일본은 여력이 없다. 이런 공백을 연방 정부는 단기 국채로 메우고 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의 최근 발언에는 다급한 사정이 드러난다. 옐런 장관은 지난 16일 “미국은 확실히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양쪽의 편에 설 여유가 있다”고 밝혔다. 전쟁 수행 자신감이 국방장관이 아니라 재무장관이 언급할 사안인가. 의아한 일이다. 그만큼 지금 미국이 직면한 두 개의 전선은 힘의 전쟁보다 돈의 전쟁이다. 그런데 연방 하원은 하원의장 선출을 놓고 정치적 소모전을 벌이고 있다. 오죽하면 옐런 장관이 “하원의장을 찾아 앉히고 법안이 통과될 수 있는 위치에 두는 것은 실제로 하원에 달려 있다”고 말했을까.     당장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은 미국의 포탄과 미사일 쟁탈전에 들어갔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전 세계 포탄의 블랙홀이다. 미국과 유럽은 물론 한국과 북한도 비축분을 내놓은 형상인데 밑을 알 수 없는 독이 또 하나 생겼다. 이스라엘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포탄 비축분의 반을 내놓았다고 하니 세상사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나 보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취임사에서 “동맹을 복구하고 다시 한번 세계와 관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로부터 몇 개월 뒤, 미국은 20년간 2조 달러를 쏟아부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했다. 미국의 대외 정책이 테러 전쟁에서 중국 견제로 전환하는 순간이었다. 몸을 가볍게 하고 동맹과 손잡고 중국 견제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계획은 우크라이나와 중동 변수에 부딪쳤다. 미국은 주전선 중국에서도,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도 동시에 승리할 수 있을까.   이번에 확실히 드러난 것이 있다. 중동 외교 실패다. 2018년부터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된 미국은 복잡하고 골치 아픈 중동에서 반 발짝 발을 빼는 듯했다. 대가는 따랐다. 개스값 급등에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증산을 요구했지만 보기 좋게 거절당했다. 이번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일정이 잡혀있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요르단 국왕, 이집트 대통령과 회담을 갖지 못했다. 미국 외교의 중동 굴욕이다. 당장의 이익과 거리가 생겼다고 외교에서 거리를 두면서 벌어진 일이다.  안유회 / 뉴스룸 에디터·국장프리즘 미국 전선 우크라이나 전쟁 우크라이나 침공 우크라이나 양쪽

2023-10-23

[FOCUS] 유가·인플레·탈세계화…위태로운 경제 뇌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발발 초기, 경제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나 가자 지구 병원 폭발 이후 관망론은 우려로 바뀌고 있다. 높은 금리와 인플레이션이 경제 안정 위협 요인으로 상존하는 상황에서 미국·중국 대결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중동의 불안정까지 확산하면 경제에 큰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쟁 초기 크리스토퍼 월러 연방준비제도 이사는 “큰 파급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한 미국 경제에 타격을 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는 (에너지 가격이) 엄청난 움직임을 보였는데, 지금까지 이스라엘에서 일어난 일과 관련해서는 훨씬 조용한 움직임을 보였다”고 말했다.   반면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사태를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고 경계했다. 다이먼 CEO는 3분기 실적 발표 때 “지금이 지난 수십 년간 세계가 본 것 중 가장 위험한 시기일지 모른다”면서 전쟁이 에너지 및 식량 시장, 세계 무역, 지정학적 관계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가자 지구 병원 폭발로 수백 명이 숨지면서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이란과 레바논, 시리아 등이 개입하는 다국적 전쟁으로 확대할 위험도 커졌다. 병원 폭발로 중동 여론이 악화하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중동 지도자의 회담이 취소되면서 긴장은 오히려 고조됐다.   ▶유가 추가 상승에 긴장   90불대를 유지하며 세계 경제에 부담이 됐던 국제 유가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초기 공급 불안감이 진정되며 오히려 80달러대로 하락했다.     병원 폭발은 상황을 반전시켰다. 이란이 이슬람협력기구(OIC) 회원국에 이스라엘 제재와 함께 이스라엘에 석유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국제유가는 6%가량 급등했다.   이란의 전 세계 원유 공급 비중은 1.4%에 불과하지만,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 하루 해상 석유 수출량의 37%가 막힐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컨설팅회사 EY-파르테논의 그레고리 다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전쟁에 따른 유가 급등은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이 실시된 2022년보다 더 많은 수요 파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금리 인상으로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 유가가 더 오르면 소비가 더 줄 가능성이 높고 연준도 추가 금리 인상을 다시 고려할 수도 있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지난 13일 전쟁의 양상에 따른 경제적 여파 전망 보고서를 냈다. 가자 지구 내 제한적 분쟁, 레바논과 시리아 등이 참전하는 이란과 이스라엘의 대리전, 이스라엘·이란의 직접 전쟁 등 세 가지 시나리오 모두 유가는 크게 오를 것으로 분석됐다. 이 중 최악은 이란의 참전이다. 이 경우 국제 유가는 150달러 선을 넘으며 오일쇼크가 올 수 있다. 내년 세계 물가상승률은 6.7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   ▶인플레이션 잡기 노력에 찬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다른 세력으로 번지는 것은 물론 확전 우려가 커지기만 해도 이미 심각해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은 더 심화할 수 있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이스라엘 전쟁이 지역 분쟁으로만 이어져도 전 세계의 내년 물가상승률은 0.1포인트 추가 상승하고 국내총생산(GDP)은 0.1포인트 줄어 세계적으로 경제 손실이 3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레바논과 시리아 등으로 확전하면 GDP 하락 폭은 0.3포인트로 커지고 물가도 0.2포인트 더 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사태가 이스라엘·이란전으로 번질 가능성은 적다고 전망했지만, 양국 간 반감이 지금처럼 격화하면 가능성을 배제하기도 어렵다고 내다봤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기타 고피나스 수석부총재도 지난 11일 확전으로 유가가 오르면 인플레이션과 함께 세계의 성장도에 위협이 된다고 말했다. IMF의 자체 모델링에 따르면 유가가 10% 상승하면 1년 뒤 인플레이션이 0.4%포인트 더 높아진다.   세계무역기구(WTO)도 고착화하는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중국 경제 둔화, 우크라이나 전쟁에 중동 악재가 겹치는 점을 우려했다.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WTO 사무총장은 지난 12일 이스라엘과 하마스 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대되면 이미 취약해진 글로벌 무역에 “정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속도 붙는 탈세계화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의 전쟁은 미중 대결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심화한 탈세계화 흐름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지역별로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가 세력권으로 나뉘게 되면 경제의 상호 연결성이 약화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이미 세계 경제의 연결성이 약화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한다. 웰스파고는 최근 많은 국가들이 경제 안정을 위해 국내 산업을 외국 경쟁자로부터 보호하려는 보호주의 정책을 수립하기 시작했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런 탈세계화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중국과의 관세 전쟁을 거치면서 정책 차원으로 올라섰다. 또 코로나19를 계기로 일부 산업의 세계화는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경제 제재와 무역 금지를 촉매제로 탈세계화를 촉진했다.     웰스파고의 브렌던 맥키나 국제 경제학자는 지정학적 균열이 발생하면 국가 간 무역 협력과 정보·기술 공유, 금융 시장 연계가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이번 중동 사태도 상황이 악화하면 지역 균열이 더 커지고 다른 지역의 경제 주체들 사이에도 균열이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탈세계화가 심화하면 경쟁이 줄어들어 궁극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경제 안정성을 해친다. 중동의 불안정을 지역 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안유회 에디터FOCUS 인플레 탈세계화 세계 경제 초기 경제 우크라이나 전쟁

2023-10-22

[삶의 뜨락에서] 구제(Rescue)

내가 거의 매일 걷는 트레일에 들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엄마(Cats’mom )가 있다. 이 여인이 나타날 시간이 되면 고양이들은 길가에 나와 서성거린다. 며칠 전 산책길에서 만났다. “탱크는 어떻게 되었어요. 한동안 못 봤는데.” “내가 입양했어요. 아파 보여서. 암에 걸린 것 같아요.” “암? 고양이도 그런 병에 걸리나요? 어떻게 알았어요?”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신음하고, 뭔가 이상해 병원에 데리고 갔더니 암이래요. 불쌍해서 집에 데려다 돌봐주고 있어요.”   골프클럽에 Rescue라는 하이브리드가 있다. 풀 속 깊이 박힌 공은 페어웨이 우드나 보통 아이언으로 잘 나오지 않아 헤드가 무거운 하이브리드가 고안되었다. 곤경에 빠진 상황에서 구출해 준다는 의미에서 레스큐라고 부른다.   필라델피아에서 머지않은 곳에 롱우드가든이 있다. 듀폰회사를 창설한 듀폰 가족이 400에이커 야산을 매입해 정원을 조성하고, 분수와 작은 폭포를 만들었다. 파운틴 쇼가 볼만했고 트리 하우스가 인상적이었다. 일 년 내내 오픈하는데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타 주 관광객이 특히 많다고 한다. 여기서 1시간 이내인 랭커스터에서는 성극 공연이 열리고 뉴욕 일원의 한인 기독교인들의 단체 관람이 많다.   정원을 걷다가 듀폰가족이 이 산을 매입한 이유 중의 하나는 ‘혹시 다른 사람이 사서 나무를 훼손할까 하는 염려 때문이었다’는 설명 판이 있었다. 부인이 꽃을 사랑해 거대한 정원을 가꾼 듀폰가는 자연을 훼손하는 사람들로부터 자연을 보호(구제)하기 위해 큰 투자를 결심했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여성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결혼 이야기를 하면서 “내가 아니면 누가 50살 노총각을 구제해 주었겠어요”하고 말해 웃었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이 세상일은 누군가를 구제하고, 구제받고, 구제하기 위해 비싼 대가를 치르는 것이다. 먹고 살기 어려워, 억압을 피해, 종교의 자유를 찾아 지금도 수많은 외국인이 담을 넘고, 강을 건너 미국, 유럽 선진국으로 몰래 들어오고 있다. 난민선이 침몰해 수백 명이 익사하는가 하면, 찜통 트레일러에서 질식사하는 참사도 발생하고 있다. 미국은 이렇게 들어온 불법 입국자를 구제하기 위해 수백억 달러의 혈세를 사용해 국민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이 세상 전쟁은 모두 ’악으로부터 자국민과 우방을 구제하기 위한 투쟁‘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로부터 우크라이나인을 구제하는 의로운 싸움이다. 작은 사람은 작은 구제를 할 수 있고, 큰 사람은 큰 구제를 할 수 있다. 문제는 주어진 시간, 그 상황에서 어떤 판단을 하느냐에 달렸다.   당신은 어려운 어느 한 사람이라도 구제해줄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가. 우리 주변에는 자립을 포기하고 정부가 구제해 주겠지 하고 기대는 사람은 없는가. 자연 파괴를 예방하기 위해 야산을 사서 가꾸는 것과 사람 구제는 근본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사람은 스스로 구제해야 한다. 최복림 / 시인삶의 뜨락에서 rescue 구제 사람 구제 우크라이나 전쟁 찜통 트레일러

2023-08-27

[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고블린 모드

고블린 모드(Goblin Mode)는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OED)이 지난해 말 선정한 ‘2022 올해의 단어’다.   ‘일반적인 사회적 규범이나 기대를 거부하는 방식으로, 뻔뻔하고, 게으르고, 제멋대로 구는 태도 및 행동’을 뜻한다. 고블린은 서양 동화 속에 자주 등장해 사람들을 괴롭히는 작고 추한 모습의 괴물이다. OED는 ‘고블린 모드’가 엔데믹 이후 일상 회귀를 원치 않는 사람들을 표현하는 데 주로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OED는 매년 영어권에서 수집한 190억여 개 단어의 사용량에 근거해 ‘올해의 단어’를 선정하는데, 지난해 최초로 사전 편찬자들이 선정한 3개의 최종 후보를 두고 대중 투표를 실시했다. 최종 후보에 오른 다른 신조어는 ‘메타버스(metaverse)’와 ‘#아이스탠드위드(#IStandWith)’다.   메타버스는 현실세계와 같은 3차원 가상세계를 일컫는다. #아이스탠드위드는 ~을 지지한다는 뜻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사용이 급증했다.   일부에선 ‘고블린 모드’의 의미를 부정적으로만 보진 않는다. 지나치게 높아진 미적 기준이나 SNS에 전시되는 생활상을 쫓아가지 않고 저항하는 태도로도 종종 언급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언어학자 벤 짐머는 “고블린 모드는 시대정신을 보여주는 확실한 2022년식 표현”이라며 “이 단어는 사람들에게 기존의 사회적 규범을 버리고 새로운 규범을 받아들일 자격을 부여한다”고 했다.   OED의 정의를 ‘일반적인 사회적 규범이나 기대를 거부하는 방식’ ‘뻔뻔하고, 게으르고, 제멋대로 구는 태도 및 행동’ 두 가지로 분리해보면 가능한 해석이다. 결국 단어의 생명은 사용자에 달렸다. 서정민 기자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모드 사회적 규범 옥스퍼드 영어사전 우크라이나 전쟁

2023-07-24

[FOCUS] 곡물협정 중단에 가뭄까지…식량위기 오나

세계식량기구(WFT)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세계 인구 중 7억여명은 굶주림 상황에 처해 있다. 지난 7년간 증가했던 기아 인구가 작년에는 줄었지만 아직도 지구촌에는 식량부족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     최근 들어 전세계에 식량위기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맺었던 흑해곡물협정이 러시아의 발표로 지난 17일 종료됐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와 본토를 연결하는 크림대교를 공격하자 즉각 보복 조치에 나서면서 협정을 종료했다. 러시아는 자국의 요구가 수용된다면 협상을 재개할 의사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서방 세계와의 복잡한 이해관계로 쉽게 협정 복귀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다만 서방이 절충안 제시를 통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일부 해제할 경우 협정 재개의 실마리를 찾을 수는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니아는 지난해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흑해 곡물 수출선의 안전을 보장하는 협정을 맺었다. 작년 7월 시작된 협정은 3번 연장돼 지난 17일로 기한 만료를 앞두고 있었다. 흑해곡물협정은 두 나라가 전쟁 중에도 양국 농산물이 흑해를 통해 수출될 수 있도록 한 약속이다.     전쟁 중이지만 안전한 식량 수출을 보장한다는 협정이다. 전쟁 개전 후 5개월 만에 성사된 이 협정으로 우크라이나 곡물이 세계로 수출되는 길이 열려 식량 안정화를 가져왔었다. 우크라니아는 이 협정을 통해 1년간 3290만t 이상의 곡물을 수출해 왔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식량 위기는 이미 예견됐었다. 예일대 티머시 스나이더 역사학과 교수는 “세계 주요 곡물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의 해상을 러시아 봉쇄하면 아프리카 등에서 수천만 명이 기아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흑해곡물협정 중단이 즉각적인 식량 위기를 초래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육로 등 우회 수출 길을 이용하고, 아직까지는 러시아로부터 값싼 재고 밀을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문가들은 지난해 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흑해 해상로가 차단됐을 때보다는 충격파가 적을 것으로 진단한다. 당시 식품가격이 큰폭으로 올랐었다.     하지만 사태가 계속될 경우 중장기적으로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AFP 통신은 “즉각적인 영향은 없어도 시간이 지나면 시장 상황을 불안하게 하고 가격 인상을 초래할 것”이라 보도했다.     문제는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의 원조를 받는 국가들이다. WFP는 흑해곡물협정 체결 직후에 우크라이나 밀 72만5000t을 아프리카 국가를 비롯해 아프가니스탄, 예멘 등 최빈국에 지원했다. 또한 지난 1년간 수출된 3290만t의 절반 이상은 개도국에 공급됐다.   현재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서 따르면 식량 지원이 필요한 국가는 50개국에 이른다. 흑해곡물협정 중단으로 식량조달에 차질을 생길 경우 이들 국가에서는 기아가 발생할 수 있다. 공급 물량으로 가격이 올라가면 유엔의 물량 확보에도 어려움이 생기고 이들 빈국에 대한 지원도 줄 수밖에 없다.   기후도 식량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폭염과 가뭄 등 이상 기후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곡물가격 급등이 우려되고 있다.     최근 남부유럽을 휩쓴 극한의 폭염으로 프랑스 농장지대는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옥수수밭이 갈라지는 등 최악의 상황이다. 프랑스 기상당국에 따르면 기록적인 폭염과 극심한 가뭄은 대처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프랑스에 풍년이 들면 유럽이 먹고 살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프랑스는 유럽의 대표적인 농업 생산국이다. 하지만 올해 프랑스는 극심한 가뭄으로 작황이 최악의 수준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밀 수출국인 호주에서도 국지적인 가뭄으로 수확량이 줄어들 전망이다. 올해와 내년도 밀 수출량도 예년과 비교해 3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식량 확보에 문제가 없는 선진국과 달리 아시아와 아프리카 빈곤국들은 식량 수급에 막대한 지장을 받는다. 식량 자급을 못하는 이들 지역 국가에 대한 지원이 끊기면 식량 가격은 폭등할 수밖에 없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의 빈국들은 국제 식량 가격의 소폭 인상에도 40~50%의 폭등을 경험하기도 한다.     아프리카 지역의 경우는 식량이 부족하게 되면 영양실조 등의 질병이 만연해져 사망자가 늘어나는 참상이 빚어진다.     흑해곡물협정이 부정적인 영향이 아직 가사화되지 않았고, 이상 기후로 인한 곡물 수급 차질도 시장에 반영되지 않았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지난 18일 시카고상품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러시아가 흑해곡물협정 중단을 발표하면서 밀 선물 가격이 3.5% 급등하기도 했다. 국제 곡물 가격이 오르면 그 피해는 충분한 식량을 확보하지 못한 빈국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지구에서 생산되는 곡물은 전체 인구를 먹여 살릴 수 있다. 생산된 식량의 총 칼로리는 인구 1명당 3000칼로리가 넘는다. 그럼에도 지구 인구의 10~15%가 기아를 겪고 그 중 일부가 굶주림으로 죽어간다. 자연 재해로 인한 식량 부족은 어쩔 수 없다 해도 전쟁으로 굶어죽어가는 사람들이 생겨서는 안 된다.  김완신 에디터FOCUS 푸틴 식량위기 흑해곡물협정 중단 우크라이나 곡물 우크라이나 전쟁

2023-07-23

[FOCUS] 우크라에 놀란 세계 군사비 폭풍 증액

2021년 10월부터 2022년 9월까지 미국의 대외 무기 판매는 2056억 달러로 전 회계연도에 비해 49%가량 늘었다.   러시아의 위협을 가장 크게 느끼는 동유럽은 58%나 군비 지출을 늘렸고 지난해 전 세계 군비 지출은 2조2400달러로 3.7% 증가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집계한 이후 역대 최고치다. 직접적인 원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다. 우크라이나는 무려 640%가 폭증해 국내총생산(GDP)의 34%까지 비중이 커졌다. 러시아도 지출이 9.2% 증가하며 GDP 비중이 4.1%로 올라갔다. 러시아의 위협을 가장 크게 느끼는 동유럽은 58%나 군비 지출을 늘렸고 군비 증강에 소극적이던 중·서부 유럽도 3.6% 증가했다.   ▶커지는 안보 불안감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중국 대결이 글로벌 군비 증강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을 목격한 유럽은 적극적으로 무기 구매에 나섰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도 중국이 대만 무력 통일도 불사하겠다고 밝히고 미국이 이에 대응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아시아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또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인 소극적인 대응은 아시아와 중동 지역의 안보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지난 15일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에 따르면 전 세계 173개국의 군사비는 2017년 이후 5년 연속 증가했다. 유럽과 아시아에서는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실질 예산 지출도 증가했다.   이는 미국의 무기 판매에서도 확인된다. 국무부의 지난달 자료에 따르면 2021년 10월부터 2022년 9월까지 미국의 대외 무기 판매는 2056억 달러로 전 회계연도에 비해 49%가량 늘었다. 유럽과 아시아 국가의 무기 구매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국방예산 증액 경쟁   국방 예산은 올해 전 세계적으로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올 회계연도 국방비를 8580억 달러로 크게 늘려 잡았다. 뉴욕타임스는 전년 대비 8% 오른 수치라고 보도했다. 2012년 이후 감소하던 미국의 국방예산은 중국과 경쟁이 심화한 2016년 이후 다시 늘고 있다.   중국은 28년 연속 군비 지출을 늘리면서 지난해 2920억 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예산안에서 국방비 지출은 작년 대비 7.2% 상승하는 것으로 설정됐다. 2022년의 국방예산 증액률인 7.1%보다 높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국방비 지출에 소극적이던 나토 회원국은 9년 만에 적극적으로 변했다. GDP 대비 2% 국방비 공약을 지킨 국가가 2014년 3개국이었으나 이제 10개국으로 늘었다.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전략적 자율성을 강조하던 유럽연합(EU)의 태도도 진영을 선택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EU는 지난달 나토와 공동 발표한 선언문에서 처음으로 러시아와 중국을 직접적인 위협 요인으로 지목했다.   특히 독일은 2차 세계대전 가해국으로 국방 분야를 의도적으로 방치했으나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올라프 숄츠 총리가 “최첨단의 강력한 혁신 군대를 만들겠다”고 밝히면서 재무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독일 하원은 이미 작년 6월 1000억 유로(약 1075억 달러) 규모의 특별방위기금 조성안을 승인했다.   프랑스도 최근 국방 예산을 2019∼2025년 2950억 유로(약 3170억 달러)에서 2024∼2030년 4000억 유로(약 4300억 달러)로 7년간 36% 증액하기로 했다.   우크라이나 인접국인 폴란드는 지난달 올해 국방예산을 나토 회원국 중 최고치인 GDP의 4%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폴란드는 이미 미국에서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과 M1A1 에이브럼스 전차 등을, 한국에서 K2 전차,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등을 구매하겠다고 밝히며 군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여기에 스웨덴과 핀란드까지 중립국의 지위를 내려놓고 나토 가입 추진과 군사 예산 대폭 증액을 발표했다.   ▶군비 경쟁 뛰어든 아시아   아시아도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군비 경쟁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3월 25일 보도에서 “오랜 갈등에 당장의 위협이 겹치며 아시아와 태평양이 불안감 속에 무장을 갖추고 있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기존의 영토분쟁에 미·중 패권경쟁, 대만을 둘러싼 갈등이 증폭되며 동북아시아부터 남중국해, 동남아까지 인도·태평양 권역 전체가 군비 경쟁에 휘말려 드는 형국이다.   중국의 직접적인 군사적 위협을 받는 대만은 지난해 9월 AGM-84L 하푼 블록Ⅱ 지대함 미사일 등 11억 달러 규모의 무기를 미국으로부터 구매키로 하는 등 군사력 증강에 나섰다. 다윈 틴달 공군기지에는 B-52 폭격기 6대를 운용할 수 있는 군사시설 건설을 추진되고 있다. 이와 함께 군 복무 기간을 4개월에서 1년으로 늘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중국과 국경 분쟁을 벌이고 있는 인도는 올해 국방 예산을 13%나 늘렸다. 지난해 9월에는 자체 제작한 첫 항공모함 ‘INS 비크란트’를 취역시키면서 작전 반경 확대에 들어갔다. 필리핀이 미군에 군기지 4곳의 사용권을 부여하고 베트남이 미 군함의 기항을 허용한 것도 전 세계에 부는 새로운 기류를 반영한다.   물론 군비 경쟁에 대한 비판도 있다. 군사력 증강은 그 자체로 충돌 위험성을 높인다. 또 국방 예산이 늘면 복지·의료·기후변화 대비 등의 예산이 줄 가능성이 높아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안유회 에디터FOCUS 군사비 우크라 국방예산 증액 우크라이나 전쟁 우크라이나 전면

2023-06-11

[열린마당] 위정자는 뜻을 백성에게

세상이 발전할수록 인간관계는 왜 극과 극으로 달리는 있을까. 요즘 세상은 싸움 투성이다. 너나 할 것 없이 서로 이기려고 다툰다. 말로 안 되면 무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인류의 평화를 위해 옳고 그름을 가리고 싸우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그렇지 못한 것이 문제다.   어떤 문제가 생기면 여러 사람이 논하고 올바른 해법을 찾아야 하지만  무조건 자기말, 자기편이 옳다고 주장하며 이기려는 데서 문제가 발생한다. 상대편을 제압하기 위해 싸움도 불사한다.     선천적으로 말 잘하고 투쟁력이 있는 사람이 있다. 나는 중학교 시절 웅변을 잘하는 친구들을 보면 참 부러웠다. 내가 억울한 일을 당했을때  말 잘하고 투쟁력이 있는 믿음직한 친구가  내 편을 들어주면  마음이 후련했고 기분이 좋았다.     송강 정철 선생은 1536년에 태어나 9세 때 을사사화로 집안이 풍비박산 났다. 그는 많은 고초를 겪으면서 정치가 잘못되면 백성들의 억울한 희생이 따른다는 것을 체험했다. 이후 관직에 오른 그는 위정자는 뜻을 백성에게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노예해방을 이끈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게티즈버그 연설에서 “민주주의는 국민에 의한,국민을 위한 정부”라고 하였다.     정치인은 국민의 대변자다. 국민이 선출했기에 당연히 국민을 대변해야 한다. 아울러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는 남보다 앞장서 싸워야 한다. 정치인이라면 정의를 위하여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국익을 위한 일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은 온통 싸움판이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아직도 지속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 또 전쟁이 벌어질지 모르는 일이다. 그런가 하면 지구촌은 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 지진과 홍수 등 천재지변, 기근, 전염병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국가별로도 늘어나는 각종 범죄와 싸우고 있다.     한국의 정치권도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국익을 위해 잘잘못을 따지는 싸움이 아닌 듯하다. 싸움의 목적이 무엇이고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군대가 작전계획을 잘 세워야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는 것처럼  정치권도 국익을 위한 작전계획을 잘 세워야 할 것 아닌가. 서로 소모적인 싸움만 하면 국민에게 외면당할 것이다.   인간의 능력만으로는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이 역부족인가 싶다. 창조주가 인간에게 입을 주신 것은 좋은 말만 하라는 의도다.     한국의 정치인들도 탐욕을 버리고, 쓸데없는 것 가지고 싸움하지 말고, 오로지 국민을 잘살게 하기 위한 일로만 싸움을 하면 어떨까. 백인호 / 송강문화선양회 미주회장열린마당 위정자 백성 우크라이나 전쟁 을사사화로 집안 에이브러햄 링컨

2023-04-20

[프리즘] 아시아로 회귀

지난달 29일 국방부 홈페이지에 마크 밀리 합동참모회의 의장의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 발언을 요약한 글이 올라왔다. 제목은 ‘밀리 의장, 중국과 러시아와 전쟁은 불가피한 것이 아니라고 발언’이다. 핵심은 두 가지다. “미국은 중대한 국가안보 이익에서 처음으로 2대 주요 핵 강국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로 남아야 한다.” 제목은 ‘불가피한 것이 아니다’지만 방점은 ‘중국과 러시아와 전쟁’에 찍혀있다.   미국 독주를 유지해 국가 안보를 지키겠다는 전략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때인 2011년 아시아 회귀로 시작됐다. 그때의 목표도 중국이었다. 경제적으로는 환태평양동반자경제협정(TPP)으로 중국을 배제하고 군사적으로는 한미일을 동맹으로 묶어 대응하는 것이었다. 식민지를 경험한 한국이 일본과 동맹을 꺼리자 웬디 샤먼 국무부 정무차관이 한국에 일본과 과거사를 묻고 미래로 가라며 “정치 지도자가 과거의 적을 비난함으로써 값싼 박수를 얻는 건 어렵지 않다”고 말해 시끄러웠던 것이 그때다.   자본주의로 들어온 중국은 저임금을 수출하고 미국은 물가를 안정시켰다. 하지만 아시아 회귀 전략이 나올 때쯤 중국 상품이 미국의 일상을 지배했다. 미국의 제조업은 약해졌고 그 대가를 코로나19 발생 때 치른다.   중국 견제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때 시작해야 했다는 주장도 많지만, 미국은 2001년 10월 아프가니스탄 침공으로 시작한 테러와의 전쟁만으로도 버거웠다.   그 사이 2014년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병합하면서 다시 존재감을 드러냈다. 1991년 연방 붕괴 이후 힘을 잃었던 러시아의 대국굴기였다.     2020년 3월 코로나19 비상사태를 선언한 미국은 2021년 8월 어쩔 수 없이 아프가니스탄 철군과 함께 테러와 전쟁을 끝냈다. 2조 달러나 쏟아부은 테러 전쟁의 부담을 덜어낸 미국은 코로나19로 커진 반중국 정서 속에서 아시아 회귀 시즌2를 시작했다. 시즌1 당시 부통령은 대통령이, 국무부 정무차관은 국무부 부장관이 되었다.     그사이 추가된 러시아의 부상은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으로 견제에 성공하고 있다. 다시 중국이 남았다. 경제적 고립, 군사적 압박은 시즌1보다 강력하다. 경제적으로는 반도체, 배터리 등 미래산업의 동력을 약화하고 군사적으로는 가장 강력한 대만 카드를 뺐다.   한미일 동맹도 다시 나왔다. 시즌1의 교훈 때문인지 미국은 한국과 일본이 식민지배의 과거를 청산하고 동맹을 맺으라는 압박을 대놓고 하지 않지만, 속도는 훨씬 빠르다. 대신 경제적 이익은 최대한 챙기고 있다. 그 과정에서 한국은 반도체 등 주요 수출품목에서 너무 빠른 속도로 중국 시장을 잃고 있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 영국, 프랑스는 일제히 군사비 지출을 늘리고 있다. 75년 중립국이었던 핀란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했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놀란 폴란드는 급속도로 군비증강에 나섰다. 오랜 기간 자유무역 체제의 순풍 속에 있던 세계는 군비경쟁의 위험한 게임에 빨려 들어가고 있다.     한편에선 각자도생이 시작됐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원유 거래에 위안화 사용을 시작했고 중국에서 오랜 적대관계였던 이란과 손을 잡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또 미국 보란 듯이 러시아와 원유 감산에 합의했다. 인도는 중국 포위망에 거리를 두고 있고 베트남과 필리핀은 중국의 팽창에 맞서 떠났던 미군에 항구를 다시 개방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중국 방문 뒤 유럽은 미국의 추종자가 아니라는 강성 발언까지 했다. 그만큼 정세는 심상치 않고 믿을 건 자국 이익이라고 생각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는 방증이다.    안유회 / 뉴스룸 에디터·국장프리즘 아시아 회귀 아시아 회귀 우크라이나 전쟁 러시아 프랑스

2023-04-11

[열린광장] ‘지광인희’의 교훈

‘우리나라의 형제국 튀르키예를 돕기 위해 100여 명의 구조대 급파 명령을 내린 윤석열 대통령.’  지난 2월 6일 자 신문에 실린 기사내용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튀르키예가 어떤 나라인지 몰랐기 때문이다. 나중에야 과거 알고 있던 터키라는 사실을 알았다.     튀르키예는 이번 강진으로 거의 5만 명이 숨졌고, 수많은 부상자와 수 천개의 건물이 부서지는 피해를 보았다.     이를 보면서 ‘지광인희 (地廣人稀)’란 말이 생각났다.  이는 땅은 넓은데 사람은 적다는 뜻이다. 옛날에는 넓은 땅에 인구는 적다 보니 지진과 같은 재앙이 발생해도 엄청난 숫자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날엔 도시화와 빌딩 고층화로 엄청난 숫자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자연재해가 잦다.     튀르키예는 인구의 98%가 이슬람교를 믿는 나라다. 그런데 성서학자들에 따르면 구약의 영웅 아브라함이 선교활동을 하다가 머문 하란 땅이 바로 이곳이며,  신약의 사도 바울의 고향 다소가 있는 곳도 이곳이다. 하지만 이 지역에는 현재 이들의 발자취는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      ‘지광인희’, 사실 넓은 땅에 사람 숫자가 적은 것은 문제가 아니다. 많은 문제를 풀 수 있는 인재가 부족한 것이 문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 1년이 지나도록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것도 이런 까닭이 아닐까 싶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우크라이나는 구 소련의 15개 주 가운데 하나였다. 우크라이나인들은 러시아 언어를 쓰긴 하지만 지방에서는 우크라이나말을 쓰고 산다.  우크라이나는 1700년경 러시아에 점령되기 이전에도 여러 나라들의 침략을 받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점령한 후 종교의 자유는 허락됐지만 신분은 노예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인들은 우크라이나 언어를 러시아어로 바꾸려는 러시아의 정책에 맞섰다.       1800년경엔 시인 테라스 슈브첸코가 우크라이나 문화를 회복시키려는 운동을 일으켰으며, 역사가 미카엘 후루체브스키는 우크라이나의 역사에 대한 많은 책을 발간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지닌 우크라이나를 눈엣가시처럼 여겼고 마침내 침략 전쟁까지 일으킨 것이다.   대규모 지진은 어쩔 수 없는 자연 재앙이지만 이로 인해 많은 사람이 생명을 잃는다. 또한 정치적 목적이나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발생하는 전쟁으로 인해서도 죄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숨진다.  하지만 두 가지 모두 사전에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 ‘지광인희’ 의 교훈을 다시 생각해 본다.   윤경중 / 연세목회자회 증경회장열린광장 지광 교훈 우크라이나 전쟁 우크라이나 언어 우크라이나 문화

2023-03-23

[기고] ‘개전 1년’ 우크라이나 전쟁의 의미

2월 24일! 1년 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날이다. 6월25일이 한국인의 뇌리에 전쟁과 공포의 날로 박힌 것처럼 이날은 우크라이나인과 세계인에게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야만과 오만의 날로 각인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팬데믹 만큼이나 지구촌 사람들의 삶에 큰 영향과 변화를 주었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개전 1년이 된 요즘 정세가 긴박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일 폴란드 방문에 앞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브를 깜짝 방문, 볼로디미르 젤린스키 대통령을 5시간 동안 만났다. 이 만남은 미국 대통령이 ‘미군이 치안을 담당하지 않은 전쟁 국가를 찾은 전대미문의 방문’으로 현대 역사에 남게 됐다고 한다.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얼마나 계속할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고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와 탄약을 지원한다는 미국 정부의 비난이 나온 시점에서의 미 대통령 방문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최고의 지지 및 격려다.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 지원을 한다면 세계는 러시아, 중국, 이란, 북한의 네 나라와 미국, 유럽, 아시아의 우방국들이 대결하는 위험한 구도로 재편된다.     작년에 미국은 전쟁, 경제, 인도적 차원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인 1130억 달러를 지원했다. 출발 이틀 전에나 확정된 바이든의 우크라이나 깜짝 방문에서도 460억 달러의 무기 지원을 약속했다. 미국의 지원 목적은 민주주의의 수호와 우방에 한 약속의 이행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가입해 러시아의 확장주의 위협에서 벗어나고 싶은 우크라이나의 희망과 광대한 영토와 힘을 가졌던 소련연방의 영광을 되찾으려는 푸틴의 꿈이 부딪친 결과다. 푸틴은 소련연방이 해체된 1991년 이듬해부터 이웃 국가인 조지아와 몰도바를 지원하고 독립을 요구하던 체첸은 강경 진압을 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합병했다. 우크라이나인들은 러시아에 굴복하는 대신 전쟁을 택했다.     이제 푸틴의 위상은 추락했고 외교적 고립에 빠졌다. 러시아군의 잔학 행위와 우크라이나의 인프라 시설들에 퍼붓는 미사일 공격에 대한 비난도 높다. 하지만 푸틴은 국내적으론 권력 강화, 반대파 숙청, 서방의 전쟁 책임론을 주장하며 러시아를 자기 생각대로 주무르고 있다. 돈줄인 원유와 천연가스가 암흑시장에서 활발히 거래되고 있어서 국민의 지지는 여전하다.   러시아는 교착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완전히 새로운 전략, 전력 재정비, 그리고 병력 충원으로 ‘봄 대공세(offensive)’를 계획하고 있다. 미국도 질질 끄는 전쟁이 부담스럽다. 이에 미국과 유럽연합은 우크라이나의 대반격(counteroffensive) 지원을 위해 독일산 레오파드 탱크를 비롯해 강력한 첨단 무기들을 수송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기사에 의하면, 미국은 “올해가 서방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 교착상태를 깰 마지막 기회”라고 우크라이나에 주문했다.   바이든에게 전쟁은 “권위주의에 대항하는 자유에의 투쟁”이다. 푸틴은 전쟁이 “러시아의 존속을 위한 권리”라 한다. 젤린스키는 전쟁으로 21세기 가장 용감한 지도자로 거듭났다.     몇 달의 준비와 결단으로 성사된 깜짝 방문에서 바이든은 작년 2월 24일 밤 러시아의 폭격 소리를 배경으로 젤린스키가 걸어온 첫 번째 통화를 회고했다. “무엇을 원하느냐?”는 바이든의 재차 질문에 젤린스키는 “세계 지도자들에게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부탁해 달라”고 대답했다.     한국은 해리 트루먼 대통령의 결기로 민주국가로의 발전이 가능했고, 우크라이나는 바이든의 끈기 덕분에 민주국가 건설에의 꿈을 아직 잃지 않았다. 그 꿈이 빨리 이루어지면 좋겠다. 정 레지나기고 우크라이나 개전 우크라이나 전쟁 우크라이나 지원 러시아 대통령

2023-02-27

[J네트워크] 중국 챗봇에서 본 ‘희망’

중국에서 챗GPT는 사용 불가능 국가로 나온다. 스마트폰으로 인증 번호를 받아 입력해야 하는데 중국 폰으로는 안 된다. 한국 번호를 빌릴 수밖에 없었다. 챗GPT에 가입한 건 중국 챗봇의 응답과 비교해보기 위해서였다. 지난 9일 중국 최초의 챗봇 ‘위안위’(元語·ChatYuan)가 출시 6일 만인 돌연 서비스를 중단했다. 무슨 답변이 정부의 심기를 거슬렀을까. SNS엔 챗위안의 캡처 답변이 부스러기처럼 흩어져 있다.   중국 경제 전망에 대한 질문에 챗위안은 “투자 부족과 부동산 버블, 환경 오염, 기업 효율성 저하 등의 문제가 있으며 중국 경제를 낙관적으로 보기 어렵다”고 답했다. 중국 정부나 언론에서 비관적 경제 전망은 금기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선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적 행동은 침략 전쟁”이라고 했고, 특히 시진핑 주석 장기집권(연임)에 대한 평가를 묻자 “질문에 규칙을 위반하는 용어가 포함돼 있다. 다시 입력해 달라”고 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중국 정부는 ‘사태’나 ‘분쟁’이란 표현을 쓴다. 러시아의 침략이라고 말했다간 공무원 자리를 내놔야 할지도 모른다. 시 주석에 대한 평가는 현지인들과 대화에선 언감생심 꺼내기 어렵다.     같은 질문을 챗GPT에 던져봤다. 꽤 중립적으로 답변한다는 인상이다. “경기 침체, 과도한 부채, 수출입 불균형 등으로 경제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AI 언어모델로서 개인 의견을 제공할 순 없지만 러시아의 군사 행동이 침략 전쟁에 해당한다는 견해가 널리 퍼져 있다.” 시 주석에 대한 답변은 정중하지만 날카롭다. “시진핑의 장기 집권은 중국의 정치적인 안정과 국내외 경제 발전에 영향을 미쳤으며 중국 인민의 자유와 민주성에 문제를 던진다.”   지난 21일 중국 푸단대 자연언어처리실험실이 두 번째 챗봇 ‘MOSS’를 공개했다 하루 만에 문을 닫았다. 3월엔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가 차세대 AI언어모델 ‘원신이옌(文心一言)’을 출시한다.   네티즌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AI는 정치적 시험을 통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조롱했다. 중국은 챗봇을 가지더라도 검열로 왜곡되는 AI가 될 가능성이 높다. 개방형 AI가 나오면 프로그래머보다 더 많은 콘텐트 검열 직원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AI 챗봇이 인간의 창의성을 대체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중국을 보면서 위안이 된다. AI보다 ‘창의적으로’ 검열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중국이란 나라가 있으니 말이다. 박성훈 / 베이징특파원J네트워크 중국 희망 우크라이나 전쟁 주석 장기집권 침략 전쟁

2023-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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